(장편소설 추천) 눈부신 안부-백수린
나는 도서관에 가면 300번대 책 코너에 자주 들른다.
800번대 책들은 내 특성상 자주 읽는 책은 아닌데
여러 곳에서 추천된 책이라 읽고 싶어졌다.
백수린 작가의 '눈부신 안부'.
아픔을 이겨내는 한 인간의 모습을 참 고운 문체로 써내려간
책이라는 생각이 든다. 그래서 추천.
안부(安否).
편안한지, 또는 그렇지 않은지 물어보는 인사라고나 할까?
그렇기에 우리는 보통 안부를 다른 사람에게 묻는다.
나에게 안부를 묻지는 않으니까.
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
왜 제목이 '눈부신 안부'일까? 계속 생각했다.
누구에게 보내는 안부일까?
왜 눈부신 안부일까?
내 결론은 주인공 해미가 고통 속에서 살아왔던 자신이 삶을 이겨내고
자신만의 세계를 벗어나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자기자신에게
건네는 안부가 아닐까하고 생각해 본다.
그렇게 한 걸음 내딛는 자신에게 보내는 안부이기에
그토록 눈부시지 않았을까.
이야기 속 파독간호사들의 이야기와 생각지 못한 반전,
그리고 상처 입은 한 인간의 삶에 대한 묘사가
잘 어우러져 꽤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.
백수린 작가의 책은 처음이었는데
눈 앞에 그림을 그리듯이, 그것도 맑은 수채화를 보는 것 같은
문체가 참 멋지게 다가왔다.
왜 여기저기서 추천하는지 알겠다.
백수린 작가의 다른 책을 궁금하게 하는 그런 책이다.
<기억에 남는 구절들>
# 그렇게 소중한 누군가를 가졌다가 잃는 건 너무 무서워. - 12p.
#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는 때로 체념이 필요했다. - 30p.
# 나는 사람이 겪는 무례함이나 부당함은 그것이 아무리 사소하더라도
물에 녹듯 기억에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침전할 뿐이라는 걸 알았고,
침전물이 켜켜이 쌓여 있을 그 마음의 풍경을 상상하면 씁쓸해졌다. - 142p.
# "아무리 인간에게 한계가 있다 해도,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
그토록 모멸감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되었던 게 아닌가 하는." - 249p.
# " (중략) 이국적인 풍경을 위해 뿌리째 뽑아 기후와 토양도 맞지 않는 곳에
심었다니 너무하네.(중략) 그런 야자수들이 살아남아 이젠 제주의 일부가
되었으니, 정말 아름다운 일이지?" - 308p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