사랑 후에 오는 것들
20여년 전쯤 읽었던 책이다.
내가 주인공 홍이의 나이쯤 되었을 때?
언제까지나 생기발랄한 20대로 멈춰있을 것만 같았던 그 시절에 읽었던
이 책을 아주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.
이 두 사람의 케미 때문에.
<출처: 네이버 이미지>
소설은 '한일 우호의 해'를 맞이하여 목적을 가지고 쓰여진 책이다.
책에서는 이 목적을 좀 더 의도적으로 드러내는 듯하여 전개에
역사적인 부분을 일부러 끌어다 쓴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
드라마에서는 그런 느낌을 크게 받지 못해서 오히려 매끄럽게 느껴졌다.
하지만 남, 여 입장에서 디테일하게 서술한 문장의 힘을
영상이 다 담기는 어려운 법. 역시 책이 좀 더 섬세하다.
그럼에도 드라마에서 두 주인공의 감정 표현이 좋다.
(잔잔한 로맨스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함)
왜 때때로 우리는,
사랑이 끝나고 나서 그게 사랑이었음을 알까...
꽃이 지는 것을 보고 봄이 왔었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.
준고에게 온 마음 다해 사랑을 쏟았던 홍이가
그를 떠나게 된 것은 외로움 때문이었다.
그것은 일본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겪는 외로움이 아니라
사랑하는 사람이 내게서 멀어진다고 느낄 때 겪는 외로움이다.
아무리 바빠도 연락 한 번 해주는 관심,
나를 기다려주는 사람에게 건네는 고맙다는 말 한 마디.
그것 하나면 홍이도 충분히 배려받고 있다고,
준고가 자신을 늘 생각한다고 느꼈을텐데.
내 기준에 '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다'라는 말은 변명이다.
아무리 원래 그런 사람도
정말 사랑에 빠지면,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,
짬을 내서 연락하고 만나기를 기다리고 함께 있고 싶어지게 된다.
나의 본 모습을 약간은 내려놓고 상대에게 맞추는 것이다.
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모습이 되기 위해.
그 사람의 삶에서 내가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
그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. 홍이도 준고를 떠날 때 그런 생각이지 않았을까?
서툴고 무모해 보이기도 하지만 열정을 다한 홍이가 상처받는 모습이 안쓰럽다.
<기억에 남는 문장들>
# 잊는다는 건 꿈에도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. 내가 잊으려고 했던 것은 그가 아니라,
그를 사랑했던 내 자신이었다. - 공지영편, p.26
# "너랑 먼저 연애라는 걸 했었다 해도, 아니 너랑 결혼하고 있었다 해도 애가 넷이나
있었다 해도...... 그 사람이 왔으면 나는 처음처럼 그렇게 가슴이 철렁했을 거야.
누굴 먼저 만나고 누구와 먼저 연애하고 그런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아." - 공지영편, p.223
# "윤오가 많이 먹어 줘서 너무 기뻐." 나는 금방에라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. 지금까지
이렇게 마음이 담긴 선물을 다른 사람에게서 받아 본 적이 없었다. - 츠치 히토나리편, p.80